글쓰기/책

[인문학]짐을 끄는 짐승들 - 수나우라 테일러

하루콩콩 2023. 8. 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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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담겨있다. 
우선 두 해방의 길이 충돌하는 원인에 대해 사유한다.
장애를 열등화하는 과정에서 비인간화되고 동물화되는 현실과 동물해방운동 역시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특권화하며 지적장애의 가치를 경시하고 또 외면으로 이어지는 점에 관해 이야기 한다.
비인간화된 장애인 즉 동물화에 저항하기 위한 장애해방운동은 비장애중심주의가 묻어나오는 동물해방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요적으로 비장애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동시에 종 차별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의 장애와 동물권의 문제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비장애 중심 및 인간중심주의 진정한 탈피는  어려울 것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인간과 동물들의 특성을 통틀어 모든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날파리와 고통을 느끼고 인지하는 포유류를 동일 선상의 윤리 기준으로 확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어떠할까.
이러한 문제는 자칫하면 모든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본질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저자 역시 우려했던 문제였다.)

나는 두가지 부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첫째로 피터싱어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피터싱어가 쾌고감수능력(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으로 공리적 관점에서 동물의 이익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쓰인 이론이다.)에 초점을 맞췄지만 결국 인격의 판단 기준으로 이성을 왕좌에 앉혔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개개인이 가지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경중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공감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자신과 다른 종에 이입할 수 있는지의 공감능력 말이다.
공감력에 따라 민감도는 달라지고 그에 따른 인지 가능성이 열리며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시발점에 서 있는 지금, 인간이라는 종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특징은 더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공감하는 인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이성과 공감은 극반대선상에 존재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말이다.

두번째로 장애를 예술과 접목해 표현하는 부분이다.
나는 장애인 무용수이자 예술가,시인인 점에 관해 이야기 한다 마커스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장애는 '용감한 고투'나 '역경과 마주하는 용기'같은것이 아니다..장애는 예술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이처럼 장애를 다양성의 한 형태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든 집단에서 다양성은 중요하며, 여러 시선이 모이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장애는 비장애인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수 있는 특성이 있는 것뿐이다. 굳이 그 특성을 비장애 중심의 관점에서 멋대로 판단하거나 동정할 필요성은 없다. 

사실 읽으면서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있는 주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감정적인 동요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은 책이었고 내 기저에 깔린 비장애 중심적 사고와 장애의 열등화를 부추기는 차별에 동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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