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책

[인문학]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하루콩콩 2023. 3.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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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사랑하라"  현대인들에겐 행복의 공식처럼 되어버린 이 말은 니체의 철학사상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슬로건 같다.

예전엔 행복이 내 삶에 중요한 가치가 되진 못했다. 행복을 1차원적인 쾌락으로 정의했었기 때문이다. 행복보단 진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을 실행하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했었다. 그로 인해 나는 계속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불행을 자처했다. 그래서일까 당시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니체 사상에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진리를 회피하기 위해 발악하는 말장난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부끄럽다) 나이를 먹고 감성이 키워진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부터 나의 행복이 우선시 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의 행복과 선을 찾는 것의 균형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행복들이 모이는 것이 선의 형태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 만난 니체 사상은 마음을 울렸다. 고난을 딛고 이겨낸 낙관은 그 울림이 달랐다. 

일상이 권태로울 때 산책을 하며 니체를 떠올린다. 이 순간이 무한히 반복되는 삶의 한 조각이라고 상상하며 바람에 살랑이는 풀, 따사로운 햇볕, 혈관이 뛰는 듯 햇빛에 반짝이는 나무를 바라보면 감각의 생생함이 다가온다. 순간 나의 모든 감각을 사랑하게 되고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라는 인간이 태어나고 존재하는 절대적인 목적은 없을지라도 살아가면서 나의 세계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삶은 유한하고, 유한한 삶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개척하는 것은 나다. 내 삶을 가치 있게 빚어가는 것 역시 나다.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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