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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파랑은 로봇기수인 콜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야기인데 사실 콜리의 얘기보단 기술의 발달로 인한 폐해를 다룬 비중이 더 높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로봇기수라는 소재를 처음 접했을땐 기술 발전의 결과가 겨우 향락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경주마의 기수를 만드는것일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2000년도부터 로봇기수가 성행했다고 한다. 의외의 부분에서 현실고증이 잘 되어있는 장치였다. 인간은 역시나 신기하다.
천개의 파랑을 읽으며 몇번이나 눈물지었는지 모르겠다. 가장 차가운 물질이 가장 따뜻한 존재가 된다는 역설적임이 매력적이게 다가왔을까. 그들은 뜨거운 혈관이 있는것도, 고통을 느끼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토록 가슴을 시리게 만들까.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따뜻한 인간상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일까.
이 소설이 눈에 띄는 점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배경의 디스토피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에 반비례하여 소외되는 누군가의 상처를 담아내고 있다. 기술의 발전 역시 기득권층 혹은 다수에게만 적용되는 불편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인간은 경주마라는 이름을 붙여 한 생명을 소비적으로 쓰는 반면 콜리는 마지막 투데이의 두다리를 위해서 본인의 존재마저 포기한다.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약속은 참 편리했다. 약속 한 번으로 많은 소리가 낭비되지 않았다.
구름은 제각기 다른 형태로 뭉쳐 있었으며 저마다 두께감이 달랐다. 하늘이 평면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였다
호흡. 콜리가 아는 단어다. 그 지식을 미루어보아, 콜리는 숨을 쉬지 않는다. 몸이 공기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무언가를 흡수하고, 분해하고, 배출하는 과정은 생명이 가진 특권이었다. 콜리의 몸은 그 어떤 것도 흡수하고, 분해하고, 배출하지 않는다. 콜리는 에너지를 몸에 쌓아두고, 형태를 전환하고, 소비하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왜 호흡이 맞는다고 표현했을까.
콜리가 푸른 하늘이 펼쳐진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찾았다. 콜리가 트럭을 탔을 때 처음 마주했던 햇빛처럼, 좁은 틈을 밀고 서로 들어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스크린이 없다면 더 좋았을 텐데. 투데이와 주로가 아닌 초원을 달릴 수 있다면 더 즐거웠을 텐데….
그리움을 느끼려면 그리워할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했다. 말들이 실체를 기억할까. 한 번도 초원을 밟아보지 못할 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답답함만 느낄 것이다. 갇혀 있지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인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사람은 편안했다. 실제로도 보경이 지하에 있을 때 만나지 않았던가.
3%도 살았는데 80%는 왜 못 살아. 당신 왜 이러고 있어
때때로 어떤 일들은, 만연해질수록 법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고는 했다.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해준다면 은혜는 사이보그 따위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몇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다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은혜는 사람들이 전가한 ‘한 사람의 몫’을 아직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 반쪽짜리 사람이랄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혼자 다니기 위험한 영유아처럼 은혜에게도 반쪽의 몫을 보충해줄 보호자가 늘 필요했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그러니 연재에게 남은 방법은 딱 하나였다. 수업이 마치자마자 온 힘을 다해 뛰어가는 것.
이곳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라며 문을 열어 주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좁은 케이지 안에서, 정해진 시각에 배식하는 기계에게 온기를 느끼겠다고 몸을 부비는 아이들을 보며 이 행성에서 인간이 사라졌으면 하고 얼마나 많이 바랐던가.
친절하지 못했던 이별처럼 그리움도 불친절하게 찾아왔다.
행동에는 은혜를 배려해야겠다는 선의가 보이지 않았고 그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뿐이었다. 은혜는 그런 주원이 편했다
연재가 하는 말들, 제 몸이 될 부분들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유독 빛나는 연재의 눈을 보았다.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었다. 사람들은 지하로 가라앉은 은혜를 모르는 척 외면하더니 어느 순간 휠체어에 앉혀놓고 측은하고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 기술이 너를 구원했다는 듯이 굴었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이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콜리는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는 도리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대화였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세상의 편견과 고지식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절망스러운 운명에서 구해내지 못했을까. 조금만 달랐더라도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운명이었는데. 고작 그 시선이 뭐라고
하지만 내게는 두려움이 없고 미련이 없다. 오로지 말을 살려야 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존재 자체의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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