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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

하루콩콩 2022. 8. 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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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은 서사가 없는 사진을 소비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한다.
사진이란 매체는 결국 주관적 관점에 따라 피사체를 미화하거나 과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그릇이 아닌 잔혹함을 들이미는 것이라고 한다.
서사 없는 참혹한 광경을 담은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색대신 찰나의 자극만을 소비하게 하고,
그 자극이 일으킨 연민은 적응될 수록 무관심으로 이어진다고 얘기한다.

 

 

몇년전에 라이프 사진 전시회를 보러간적이 있다.

수많은 사진 중 기억에 남는 사진을 꼽자면 이 사진이다.

어떤 남자가 묶여있고 그를 향해 단호하게 총을 겨누는 군복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얼핏 이 사진을 보면 군인이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잔인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진 속 서사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반대다.

총을 겨눴던 남자는 경찰이며, 베트남 포로처럼 보였던 남자는 경찰의 동료와 여자와 아이들을 수도없이 죽인 테러리스트 였던 것이다.

실제로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에 군인처럼 보이는 남자분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나 역시 당시 사진을 본 직후엔 소비하듯 찰나의 감정만을 소비했었고 나중에서야 사진속 서사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나의 경험이 수전손택이 경고하는 메세지를 더 와닿게 만들고 반성하게 했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 심지어 피사체를 찍는 사람의 의도가 담겨있는 경우엔 더욱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듯 보이지만 이야기가 없기에 실질적으로 자극만 소비되고 잠깐의 연민만이 지나간다.(심지어 소비될수록 연민조차 옅어진다)

사진을 보는 행위에서 그치는 행동은 단지 고통을 구경하는 구경꾼밖에 되지 않는것이다.

수전손택은 참혹한 사진을 보는 행위조차 인간의 욕망,쾌락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일종의 포르노 그라피라고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뉴스에서나 대중매체에서 훈훈한 인간사보다 살인사건,범죄 등 끔찍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만 봐도 인간은 파괴의 욕구를 지닌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봉사와 헌신보다 질투와 원망이 인간에게 더 흔히 볼수 있는 감정들이니까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읽고 수전손택이라는 사람이 참 좋아졌다.

그녀는 이것저것 할것없이 눈치보지 않고 모조리 비판한다.

심지어 인간의 악행을 보고 매번 섬뜩해하는 사람을 두고 세상을 망각할만큼 순수하고 천박하다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로인해 많은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던 그녀였지만 논란이 될 수 있음에도 소신있게 발언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 스스로가 대중매체나 사진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나 역시도 그녀의 주장대로, 타인의 고통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삼은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안전하다는 이유로 그 고통을  방관자의 모습으로 바라보던것은 아니었는지
순간 연민의 감정에 취한 구경꾼은 아니었는지
행동없이 심리적 동요를 계속 소비하는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는지
냉정히 판단하면 결국은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기에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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