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책

[수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보드

하루콩콩 2020. 8. 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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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몇년 전 필사를 했던 책 글귀를 보다가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다. 수 클리보드작의 에세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라는 책인데 5년전쯤의 읽었던 책인데도 읽고나서 받았던 먹먹함을 잊을 수가 없다.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는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에서 두명의 가해자는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23명의 사람들에게 중대한 부상을 입혔고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두명의 가해자는 에릭 헤리스와 딜런 클리볼드 였는데 이중 딜런의 어머니가 이책의 저자인 수 클리보드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C%BD%9C%EB%9F%BC%EB%B0%94%EC%9D%B8_%EA%B3%A0%EB%93%B1%ED%95%99%EA%B5%90_%EC%B4%9D%EA%B8%B0_%EB%82%9C%EC%82%AC_%EC%82%AC%EA%B1%B4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Columbine High School Massacre)는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학��

ko.wikipedia.org

당시 책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나는 콜럼바인사건에 대해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범인들의 얼굴, 수클리볼드의 얼굴, 콜럼바인 총기난사 현장의 CCTV기록,딜런과 에릭의 홈비디오영상 등등 이 소름끼치는 자료를 찾아보았다.

수 클리볼드뿐 아니라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에릭 해리스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고 딜런은 우울증에 자기파괴적 성향으로 인해 에릭의 영향을 받은것이라 말한다. 책의 구절중에도 그들의 입장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표현이 있다. 


'드웨인 퓨질리어 박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에릭이 사람을 죽이러 학교에 갔고 그러다 자기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반면, 딜런은 죽으러 학교에 갔고 그러다 다른사람도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에릭은 사고 자체가 심란하다. 딜런은 사고 과정이 산란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 나는 책을 한참을 보다 깨달았다. 내가 딜런과 에릭의 얼굴을 바꾸어 기억하고 있었단것을... 
친구는 별거 아니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아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딜런을 에릭으로 생각하고 봤을때 딜런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형상이었다 외모,표정,행동 모두다... 심지어 그가 홈비디어에서 언뜻 보여줬던 선한 모습조차도 의심하지 않았다..(좀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반대로 에릭을 딜런으로 생각하고 봤을떄는 그가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고 사이코 패스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악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딜런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학살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딜런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기파괴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그는 무자비하고 악마같은 짓을 했다.
당시 나의 난독증으로 인해 들었던 생각이 내 편견에 의해서 사람이 달리 보인다는것을 머리로만 이해하다가 피부로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행동에서 그들의 성향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둬놓은 프레임안에 그들을 놓고 바라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생각은 단지 사람을 편견속에서 보는 과정을 넘어 평소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모든것들이 부정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단지 내가 진실을 인지하지 못할뿐 내 편견속에 갇혀 사람을,사물을 혹은 사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아니 보지 않고 내 착각속에서 그것들을 규정했을 수도 있단 말이다.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을 무조건적으로 동일시 하는 우리의 모습이나 수 클리보드가 딜런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착한 아들이라고만 생각한 모습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분홍 바위산을 배경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웃는 사진이 나왔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 가운데 하나가 나중에 '이웃집의 괴물들'이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게 된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딜런?" 내가 어둠 속에서 불렀다. "안녕" 그 한마디만 남기고 딜런은 가버렸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첫번째 해보다 두번째 해가 더 힘들다고 한다. 첫째 해에는 낯선 고통에 적응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 한다. 1년이 지나고 나야 물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앞쪽도 뒤쪽도 텅 빈 바다고 눈에 보이는 건 끝없는 광막함뿐이다. 영원히 이러하리라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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